본문 바로가기

미주알고주알

진중권이 강양구 기자의 계정을 통해 올린 글에 대한 나의 입장 - 진중권 누나 진회숙님의 글

진회숙님의 글, 진중권이 강양구 기자의 계정을 통해 올린 글에 대한 나의 입장

 

진중권이 강양구 기자의 계정을 통해 올린 글에 대한 나의 입장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사실 나는 정치평론가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일개 시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일개 시민이라도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종의 사적 공간인 페북을 통해서는.

그래서 어제 윤석열의 구둣발 사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포스팅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종의 반어법이기는 했지만) 이건 합성 사진일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그 다음에는 합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참 충격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이 사진 한 장이면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양 진영 사람들이 이게 진중권 누나의 글이라며 제 글을 공유하거나 캡처해서 퍼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서 찾은 제 사진과 동생 사진을 대비해 놓은 이미지까지 만들어 올린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신문에 진중권 누나 진회숙이 이런 말을 했다는 기사가 실리기까지 했습니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진중권의 누나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냥 제 개인의 생각을 사적 공간에 쓴 것 뿐인데, 그게 일파만파로 퍼져 저와 제 동생이 조리돌림 당하고 있는 상황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얼른 포스팅을 삭제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캡처된 글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제 글을 캡처해서 퍼나르는 사람들이나 취재는 안 하고 남의 페북글을 짜깁기 해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화가 났지만 더 이상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참았습니다. 그저 유명한 동생을 둔 죄라고 생각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오늘 강양구 기자의 계정에 정말 믿지 못할 글이 올라왔습니다. 바로 이런 글입니다.

 

 

[진중권이 대신 사과드립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 펴냄)를 함께 쓴 진중권 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대신 올려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남매 간이신 진회숙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이 화제가 되면서 그에 대해서 반응을 하신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현재 진중권 선생님의 페이스북 계정은 잦은 신고로 정지 상태입니다.)

*

“음악평론가 진회숙 씨는 선진국에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장관이 법인카드로 머리를 했다가 잘린 일이 있고, 스웨덴의 총리 지명자는 법인카드로 초컬릿을 샀다가 잘린 일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가벼운 실수를 가지고 그 의미를 한껏 부풀려 정치적 공격의 소재를 삼아 난리를 치는 것은 선전선동을 유일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으로 삼는 북한과 같은 후진국 사회에서나 보는 현상입니다.

한 번도 선진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가족 일원의 몰상식한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 진 씨 가문을 대표해 사과드립니다.

유권자 여러분은 선진국에 살아본 적 없는 분의 선진국 발언에 현혹되지 마시고, 이미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오직 이성과 논리, 윤리 의식에 따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저는 너무나 큰 충격과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건 평소에 상식과 합리, 논리, 정의, 이성, 윤리, 자유,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진중권 씨답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입장을 밝히는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진중권 씨의 표현대로 그의 행동을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오직 이성과 논리, 윤리 의식에 따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진중권 씨 말대로 저는 선진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러니 비록 짧게 나마 선진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진중권 씨보다는 선진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겠지요. 이건 제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기차 의자에 구둣발을 올려놓아도 용납되는 걸 몰랐다는 건 제 불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 글에서 선진국에서 법인 카드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진중권 씨는 “독일에서는 장관이 법인카드로 머리를 했다가 잘린 일이 있고, 스웨덴의 총리 지명자는 법인카드로 초컬릿을 샀다가 잘린 일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문해력이 없는 건가요? 윤석열의 구둣발에 대한 비판이 어떻게 이재명 부인 법카 사용에 대한 옹호로 읽히나요? Read between the lines를 하셨나? 내가 평소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면 나름대로 이해가 가지만 저는 거의 그런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더라고 그를 신처럼 숭상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 다음에 ‘몰상식한 발언’이라는 표현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상식과 몰상식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본인하고 생각이 다르면 몰상식이고, 생각이 같으면 상식인가요? 사실 윤석열의 구둣발 사진에 대한 저의 반응은 다분히 정서적인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서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정말 혐오합니다. 그래서 그가 그 동안 했던 어떤 행동이나 발언보다 이게 더 충격적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 윤석열이 그 동안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데 겨우 이게 충격적이냐며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느냐는 사람마다 다 다른 법입니다. 진중권 씨처럼 그런 사진으로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몰상식’이라는 말로 치부하다니요.

선진국에서는 저 사진 하나로 끝나는 거 아닌가? 하는 말이 몰상식하다는 뜻일 수도 있겠군요. 말하자면 선진국에서는 저 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진중권 씨가 선진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 물어 보았는지, 설문조사라도 해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사진에 대해 한 영국 교수는 저런 행동은 그 자체로 공직자로서 결격사유라고 했는데, 그는 선진국 국민이 아닌가 보지요? 자기가 몇 년 선진국에 살아보았다고 선진국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구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 평론가도 아니고, 한 개인이 자기 페북에 자기 생각을 쓴 것이 어떻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건가요? 이건 그 동안 온갖 공적인 공간을 종횡무진으로 휘젓고 다니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그리고 진중권 씨가 말하는 ‘사회적 물의’가 바로 본인 때문에 야기되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았나요? 내가 진중권의 누나라는 바로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여기저기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요?

그 동안 제 페북에 들어오셨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제가 진중권의 누나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음악 관련 포스팅에다가 모욕적인 댓글을 달고, 그것에 대해 항의하면 “니가 진중권 누나인 죄다”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꼴통들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았는지. 심지어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에다 진중권 운운하며 쌍욕을 하는 인간들도 상대해야 했던 것이 누구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한 개인을 홍위병들의 인신 공격 대상으로 만든 것이 누구인데, 지금 누가 누구한테 ‘사회적 물의’를 운운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진회숙이 대신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잘못한 것은 그 사람들이지 진중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중권과 정치적 견해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습니다. 사실 어떤 때는 완전히 다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생을 대신해 제가 사과 드립니다”라는 주제 넘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동생과 저는 완전히 다른 개체이니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으나까요.

자기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가족에게 정서적 테러를 가하는 것은 정말 치사한 짓입니다. 저는 진중권이 왜 비난의 화살을 저에게 돌렸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가 비판해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그것을 퍼나르며 자기 진영 유리한 대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언론들입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한 인간이고, 제 페북에 저의 생각을 쓸 자유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내가 사적인 공간에 쓴 글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몰상식한 글’로 판단하고 ‘감히’ 사과씩이나 하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게 그 동안 그렇게 이성, 합리, 논리, 윤리를 중요성을 주장하던 사람이 할 행동인가요?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제가 가장 어이없어 하는 것은 진중권이 나의 몰상식한 행동에 대해 가족을 대표해서 사과를 드린다고 한 부분입니다. 이 글만 보면 우리 가족이 엄청나게 끈끈한 공동체 의식으로 뭉쳐 있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는 20년 동안 서로 왕래를 안 하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는 요양 병원에서 가끔 스치듯 지나가는 남보다 못한 관계입니다.

서로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가족의 소식도 신문 기사를 통해서 아는 정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하는데 여하튼 우리 가족은 그렇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고, 저도 그렇고 진중권도 그렇고 그렇게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갑자기 누나에게 없던 관심이 생긴 걸까요? 평소에 가족주의나 가부장제적 가치관을 도외시하던 사람이 갑자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나를 끌어들여서 ‘진 씨 가문을 대표해서 사과를 드린다니’ 우리 가족 누구도 그에게 대표 자격을 부여한 적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판한 저를 조롱하고 싶었겠지요. 그렇게 진중권의 누나는 평소에는 무관심 속에 있다가 그가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때만 소환되는 누나입니다.

저는 그 방식의 치사함과 비열함에 혀를 내두릅니다. 얼마나 저를 욕보이고 싶었으면 남의 계정까지 빌려서(자기 계정은 정지당함) 저런 글을 올릴까요? 그리고 그렇다고 그 글을 버젓이 올려주는 사람은 또 뭔가요? 그것이 얼마나 치사한 행동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그 분들이 쓴 책의 제목을 패러디해서 표현하자면 이분들은 정말 제가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둘’입니다.

어떻게 동생이 누나에게 그럴 수 있냐 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에게 가족의 끈끈함이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요. 다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공정하고 정의롭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할 수 일인지. 단지 자기와 다른 정치적 의견을 페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타인을 이렇게 치사한 방법을 동원해서 모욕해도 되는지. 가장 앞장 서서 홍위병 깃발을 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P. S.

강양구 기자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서 엄청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는 이름이 꽤 많이 눈에 띠더군요. 그걸 보고 그냥 인간이 싫어졌습니다.

 

 

 

 

진회숙씨가 쓴 문제의 글, 열차 내 좌석 위 구둣발을 올린 윤 후보 사진이 합성 아니겠는가 썼다가, 이어 합성 아닌 실제라는 사실을 알고 비판하였다. 지금은 해당글이 진회숙씨의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이 삭제됐다.

 

 

 

 

 

아래는 진중권씨가 그의 누나인 진회숙 씨가 쓴 윤후보 관련 글에 대해 '대신 사과'한다며 강양구 기자에게 게재를 요청한 글의 전문이다.

[진중권이 대신 사과드립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 펴냄)를 함께 쓴 진중권 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대신 올려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남매 간이신 진회숙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이 화제가 되면서 그에 대해서 반응을 하신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현재 진중권 선생님의 페이스북 계정은 잦은 신고로 정지 상태입니다.)

*

“음악평론가 진회숙 씨는 선진국에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장관이 법인카드로 머리를 했다가 잘린 일이 있고, 스웨덴의 총리 지명자는 법인카드로 초컬릿을 샀다가 잘린 일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가벼운 실수를 가지고 그 의미를 한껏 부풀려 정치적 공격의 소재를 삼아 난리를 치는 것은 선전선동을 유일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으로 삼는 북한과 같은 후진국 사회에서나 보는 현상입니다.

한 번도 선진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가족 일원의 몰상식한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 진 씨 가문을 대표해 사과드립니다.

 

유권자 여러분은 선진국에 살아본 적 없는 분의 선진국 발언에 현혹되지 마시고, 이미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오직 이성과 논리, 윤리 의식에 따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