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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연 은

인연 은

 
 
붉고붉은, 얇디얇은 실 한 가닥이 그대와 내 팔목을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연결하고 있었다.
얼마나 로맨틱하고 가슴떨리게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동양권에서는 남녀의 인연은 붉은 실 한가닥으로 설명한다. 월하노인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붉은 실, 각각의 인연들에게 가느다란 붉은 실이 이어져있단다. 그래서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나는 것과 인연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같다. 붉은 실로 이어진 인연은 반드시 만난다는 가정 아래 만난 뒤 유지하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붉은 실은 얇디얇다. 만나기 전까지 이어져 있다가 둘이 만난 이후는 그 수명이 다해 끊어진다고 생각한다. 마치 엄마와 아기가 탯줄로 연결된 것 처럼 붉디 붉은 얇은 실 한가닥이 둘 사이를 연결하고 있다가 인연으로 맺어지면 자연스럽게 끊어진다.
이제부터는 둘이 만들어간다. 둘을 붙여놓았으니 이제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에게는 새로운 오방색(청색, 붉은색, 하얀색, 검정색, 황색)의 실이 제공된다. 끊어진 인연의 붉은 실로 다시 둘을 연결하고, 기쁨으로 만든 파란 실을 그 위에 꼬아서 조금 두껍게 만든다. 믿음으로 만들어진 하얀실을 그 위에 덧붙이고, 둘만의 추억으로 치자물처럼 노랗게 물들인 실로 둘 사이에 연결된 실을 꼰다. 그리고 고난이라는 검은색실로 이들을 더 두껍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희노애락의 감정으로 만든 5개의 실이 어느덧 두꺼운 실타래가 된다. 그리고 두꺼운 실타래를 다시 꼬아 더 두꺼운 밧줄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왠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밧줄이 된다. 그 누구가 방해해도, 칼로 잘라도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끈.
둘이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 인연의 붉은 실을 연결하고 유지하는 것, 서로 사랑하는 인간에게 내려진 숙제같은 것이 아닐까
 

 

 

붉은 실 이야기는 일본의 이야기가 아닌 중국의 이야기 입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은 다비드 칼리의 '나는 기다립니다.'

 

 

그래서 인연은 ,,,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