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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당신의 그리움에 맞닥뜨립니다.

당신의 그리움에 맞닥뜨립니다.

 

짧지만 길었던 튀니지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에 왔습니다. 길었던 비행은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를 만듭니다. 긴 여행의 후유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스치듯 만났던 여행은 크고 작은 인연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인연들의 위로와 격려는 여행에서 큰 힘이 되고 즐거움을 더해주네요.

여행 중 고양이 한마리가 한가로이 하품을 하고 있는 카페에 햇빛을 피해 앉아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무엇에 집중하는 여행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았습니다.

한국의 일들과 돈버는 일들을 과감하게 팽개치고 나왔을 때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 속에서 대답을 주저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한 상념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이제부터 열심히 살면 되는 걸요. 잠깐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본 것으로 만족합니다.

마주오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힐 만큼 오래된 이슬람 도시 메디나의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 저쪽 구석에서 당신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걸어나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언젠가는 세계의 골목골목을 다닐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내 옆에 당신이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여행의 결과로 나에게 위로와 안식을 준다면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이 편지를 읽을 당신을 생각하면 행복해지지만 마음이 제대로 전해질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들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내 마음을 전하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상대방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말입니다.

나이가 먹으니 이러한 것들이 너무 조심스러워집니다. 나의 크고 작은 자존심이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리움 앞에서 다시 작아지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내 삶이 허기질 때

난 다시 혼자 만의 여행을 떠나지 않으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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