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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커머스 플랫폼 여행 서비스 기획자의 글

어느 커머스 플랫폼 여행 서비스 기획자의 글

 

 

살다보니 사회생활이란 것을 해온지 어느덧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하는 일은 여러번 바뀌었지만 계속 줄기차게 여행을 주제로 하는 비즈니스를 벗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찾은 것 같아 운이 꽤 좋다고 생각중이다. 여행 홀세일러 세일즈로 시작해 온라인 전략 스탭을 거쳐 중고신입 같은 막내 기획자로 IT 서비스 기획에 입문하고 지금은 커머스 플랫폼에서 여행의 버티컬 검색 서비스를 한땀한땀 그려가고 있는 뭔가 특이한 커리어를 갖게 됐다. 사실 이 분야에 어떤 의지가 있었거나 계획을 가지고 살아온 것은 아니다. 살다보니 이렇게 됐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 분야에서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기에 이 시장에 대한 걱정같은 것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최근은 특히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분야에서 일을 해온 이래 가장 난장판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이 판에 발담근 모두가 저마다 자기들이 여행 플랫폼이라 외쳐대는 시대. 국내 OTA의 기술부채가 임계치를 넘어선 지난 몇년 사이 고객들은 기회를 포착한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이 새로이 개척해놓은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다 바뀔줄은 몰랐다. 필연적으로 자금과 네트워크 교섭력이 뒷받침되는 플랫폼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은 예상했지만 적어도 여행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고 그 어려움의 정도에 비해 실익이 적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플랫폼이 제대로 갖추어진 상태로 성장하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정말 제대로 갖추어진 곳은 하나도 없긴하지만.

 

 

그렇게 요 몇년간 국내에 난립된 수십개의 영세한 한국형 플랫폼들은 해외의 호화 플랫폼들과 조그마한 한국 시장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한다. 해외 플랫폼들은 이미 맛보기로 던진 한국어 서비스를 하는 현지화 옵션만으로도 열광하는 이 시장을 경험한 뒤 한국의 여행 비즈니스 구도를 몽땅 이해해버렸고 이제는 작정하고 밀어붙일 심산이다. 견고한 양강구도를 갖춘 국내 플랫폼이 없는 이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들은 이미 해외 플랫폼의 교섭력에 밀리고 있다. 그들이 의도를 가지고 끌면 이제는 끌려갈 수 밖에 없다. 서비스의 발전과 기술 확보에 대한 기회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글로벌 네트워킹은 꿈같은 일이 되어간다.

 

한국형 플랫폼들도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보다 눈앞의 실적에만 관심이 있다. 조직에 Industry leader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이 난장판의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