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마음의 감기 우울증

아침에 작은 차사고가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후시간에 고장난 곳 수리했습니다. 생각보다 경미해서 다행이다 싶네요. 앞이 안보이는 빗길을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면서 뒤집으려고 했던 제 자신이 반성이 됩니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냥 잘하는 것을 잘하기로 했는데 정작 뭘 잘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마음이 많이 우울해요, 죽고 싶을 만큼요. 죽으려고 하니 주변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차마 실행하지는 못하고 대안으로 어디론가 열심히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죽음에 대해 많은 글들을 썼는데 이것이 우울한 것의 연장선상이거든요.그리고 우울증이 오고 나서 조증도 같이 세트로 왔어요. 즉 울다가 웃다가 미친놈같이 된거지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보고 마음에 감기가 왔다고 표현하는데 제가 걸린 것은 감기보다는 좀 더 심한 녀석이예요. 이 녀석하고는 몇년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어서 안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반갑기도 하더라구요.
모든 것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강제적으로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지 그 본질은 절대로 흐려지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억들은 여전히 미리 속에 강하게 박혀있거든요.
저의 포스팅들, '일용할 양식', '여행', '기승전여친'을 요즘 하지 않는 이유는 별로 즐겁지 않은 이유가 커요. 이렇게 죽을만큼 우울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나 우울해 위로해줘' 의 메시지로 페친분들께 위로를 받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뭔가를 정리하고 가야 할 시점이기에 정리하는 것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마음의 감기가 물러갈 때 까지 바닥을 엄청 긁고 있을 겁니다. 감성적인 측면이 강한 저의 특성상 상당시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요. 여기에 40대 중반의 갱년기까지 겹쳤구요. 아주 닐니리 맘보같은 상황이란 거죠.
그래서 당분간 한국을 떠나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햇볕이 좋은 나라에 가서 있으면 좀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주변에서는 다들 말립니다. 딱히 나가서도 할 일이 없기에 없는 살림이 더 궁핍하게 궁짜가 낄테니까요. 결국은 자주 해외로 나가는 것으로 내부정리를 했는데 이것도 모두 금전적인 문제가 결부되는 거라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남들이 나의 삶에 크게 관심가지지 않는 거 잘 압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혹시라도 부고를 접하고 무슨 일이야 할 사람들에게 설명할 거리가 없으니 읽어보라고 남기는 거죠. 기분나쁘다고 저를 페삭을 하던 차단을 하던 그거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언제나 선택을 존중합니다.
모든 것들이 유동적입니다. 사람의 멘탈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을 가동해봅니다. 그렇다고 약물에 의존하지는 않을 겁니다. 술, 담배, 항우울제 등은 제가 싫어하는 애들이거든요.
이 세상 마지막같은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초라한 우울증 환자가 되고 나니 세상 참 재미있습니다. 날 닮은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가 많이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일에 대한 압박이 가득합니다. 일부터 해놓고요 바빠서 죽지도 못한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가 아니군요. 극심한 감정의 변화는 미친듯한 글을 쓰게 만듭니다. 본인이 미쳐가면서 쓴 곡들과 시, 소설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듯 가끔 메타포를 사용한 글이 내 맘에 들기도 합니다. 고치라는 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성이 정점에 오른 시간동안 정제해서 내놓은 글인데 말입니다.
아침에 사고가 나니 정신이 바짝 듭니다. 내가 지금 우울해진 만큼 그 누군가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모든 것이 부질없단 것, 내가 행복하지 못한데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잖아요. 목사님, 스님도 아닌데 말이죠.
긴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나 자신을 위한 여행,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 아마도 길에서 나를 우연히 만날 수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