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몰디브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몰디브의 타지 엑조티카 리조트 였는데요, 이곳에서의 기억은 주로 3끼 식사의 기억입니다. 먹다가 지쳤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 였는데 그것 보다 좋았던 기억은 바로 물멍이었습니다.
물멍, 불멍, 사람멍.... 살아가면서 멍때리는 일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날이 더우면 객실에서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놓고 창문을 열어 음악과 함께 파도소리가 잘 들리게 물멍을 때려도 좋고(지구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아니면 해변에 나가 모히또 한잔을 시켜놓고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물멍도 좋습니다.
쉼있는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여행을 떠나지만 정작 도착한 관광지에서는 매우 바쁩니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는 욕심에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거든요.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이라고 해도 패키지여행처럼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패키지 처럼 빠른 시간에 움직일 수 있는 교통편이 없기에 시간적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패키지와 같은 장소와 명소를 보더라도 이동하는 시간때문에 두세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힘들면 중간에 카페에서 쉬기도 하고 맛있는 식사를 위해 좋은 레스토랑을 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의 폭이 있습니다. 우리가족은 체력이 좋지 않아 낮에 부지런히 움직이면 다들 피곤해 해서 야간투어는 거의 못하고 저녁 먹은 후에는 다들 바로 잠에 빠져들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휴양지에서의 시간은 좀 다릅니다. 특히 몰디브라는 지역적 특성, 즉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라는 사실은 기존의 여행과 많은 것을 다르게 합니다. 여행객 스스로 자발적인 격리를 선택한다는 것인데요. 필리핀이나 태국 같은 휴양지는 인근으로 나가 야시장이나 쇼핑몰 등을 구경하고 시장도 갈 수 있는데 몰디브는 오직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지나고 보니 이런 물멍을 즐기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머릿속에서 아무런 생각 혹은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바다를 보면서 털어버릴 수있으니까요. 평온한 상태에서 물멍을 때리는 것이 나이를 먹고 보니 참 좋았던 시간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로운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는 시간, 그것이 물멍의 자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한참을 있으니 참 좋네요. 파도소리가 들리는 공간에서 호젓하게 있을 수 있으니 이런 여유도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여유는 얼마나 만들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멀리 올 수 있는 기회도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즐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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